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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의 돋보기] 누구나 꿈을 이룰 수 있는 새로운 5년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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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의 돋보기] 누구나 꿈을 이룰 수 있는 새로운 5년 기대
  • 최승필 지방부국장
  • 승인 2022.05.08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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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 지방부국장

‘이창업 난수성(易創業 難守成)’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일을 시작하는 것은 쉬우나 지키는 것은 어렵다는 말이다. 줄여서 ‘창업수성(創業守成)’이라고도 한다.

618년에 세워진 당나라 왕조의 기틀을 마련한 태종 이세민(李世民)의 정치 철학을 기본적인 내용으로 한 군주의 도리와 인재 등용 등의 지침을 기록한 치세술(治世術)의 명저인 정관정요(貞觀政要)의 논군도(論君道)에 나오는 이야기다.

당태종 이세민이 나라를 다스릴 때 ‘길에 떨어진 물건도 주워가지 않고 도둑이 없어서 장사꾼이나 여행자들이 안심하고 아무 데서나 잠을 잔다’고 할 정도로 태평한 세상이었다고 한다.

당시 황제가 사치(奢侈)를 경계하고, 모범을 보이며 현명한 신하를 등용해서 나라가 잘 다스렸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관 초기에 결단력(決斷力)이 뛰어난 두여회(杜如晦)와 계략(計略)이 밝은 방현령(房玄齡), 그리고 강직(剛直)하기로 소문난 위징(魏徵), 청렴(淸廉)한 왕규(王珪) 등이 태종을 발 보필했다고 한다.

태종이 어느 날 신하들에게 하문(下問)하길 “제왕의 사업에 있어 창업과 수성 가운데 어느 것이 어려운가?”라고 했다.

이에 계략이 뛰어난 방현령이 “어지러운 세상에 많은 영웅들이 일어나 이를 쳐서 깨뜨린 뒤라야 항복을 받고 싸워 이겨야만 승리를 얻게 되므로 창업이 어렵다”고 답했다.

그러나 강직하기로 소문난 위징은 “제왕이 처음 일어날 때에는 반드시 먼저 있던 조정이 부패(腐敗)해 있고 천하가 혼란에 빠져있기 때문에 백성들은 무도한 임금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천자를 기뻐 받들게 된다”고 했다.

이어 “이미 천하를 얻고 나면 마음이 교만(驕慢)해지고, 정사에는 게으르며 백성들의 부역에 쉴 사이 없고 생활은 피폐해져 있는데 국정은 사치로 인한 필요 없는 공사를 일으켜 세금을 거두고자 한다”며 “나라가 기울게 되는 것은 언제나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이로 미뤄 볼 때 수성이 더 어렵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들의 대답을 들은 태종은 “방현령은 짐을 도와 힘들게 싸워 천하를 얻었다. 그러므로 창업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고, 위징은 짐을 도와 나라를 평안하게 하는 일을 하고 있고, 늘 집이 안일에 빠질가 걱정이다. 그래서 수성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창업의 어려움이 지났으니 앞으로 우리에게 남은 것은 오직 수성뿐이니 우리 다 같이 수성에 더 신경을 쓰도록 하자”고 당부했다고 한다.

나라를 세우는 일은 쉬워도 나라를 지키기는 매우 어렵고 중요하다는 의미일게다.

5년 전인 지난 2017년 5월 탄핵정국 끝에 촛불 민심으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9일로 임기를 마치게 된다.

문 대통령은 임기 말에도 40% 대의 지지율로 역대 대통령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지난 대선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패배하면서 ‘5년 만에 정권을 빼앗긴 정부’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문 대통령은 새로운 정부 출범과 함께 검찰과 국가정보원 등 권력기관에 대한 고강도 개혁작업에 착수했고, 3년여 만에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한 입법 절차를 마친 뒤 공수처법까지 패스트트랙 사태까지 가는 우여곡절 끝에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어 지난 2020년 7월 공수처가 공식 출범했다.

지난 3일에는 대선 후 민주당이 본격 추진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기소권 분리)’ 법안 공포안까지 의결하면서 지난 5년간의 개혁작업이 마무리됐다.

민주당은 ‘검찰 정상화’라는 명분으로 위장 탈당과 회기 쪼개기 등 ‘꼼수’까지 동원하며 입법을 강행했고, 문 대통령은 여야의 극한 대치와 검찰의 집단 반발 사태에서도 ‘검수완박 드라이브’에 마침표를 찍기 위해 국무회의 시간마저 당일에 변경하는 등 정당성을 저버렸다.

6·1 전국동시지방선거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처럼 민주당의 검수완박 법안 강행 처리와 퇴임 일주일을 앞둔 문 대통령의 법안 공포안 의결에 대해 국민 절반 이상이 곱지 않은 시선을 보이고 있다.

후세의 위정자(爲政者)들에게 교훈을 남긴 당태종의 ‘창업수성’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하는 지난 5년간의 미진한 성과다.

문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인 9일 국립현충원과 효창공원 독립유공자 묘역을 참배하고, 청와대 본관에서 임기 5년간의 소회와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담은 퇴임 연설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수성(守成)의 성과는 거두지 못했지만 국민들에게 전하는 마지막 연설이 새로운 윤석열 정부에 ‘창업수성’의 희망을 주는 메시지가 되길 기대한다.

그러나 더욱 간절한 소망은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최초로 5년 만에 정권 교체의 ‘창업(創業)을 이룬 새로운 정부가 앞으로 5년간 화합과 통합의 정신으로 ‘누구 꿈을 이룰 수 있는 한국’을 만들기 위한 ‘수성(守成)’의 의지다.

[전국매일신문] 최승필 지방부국장
choi_sp@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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