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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의 돋보기] 망(亡)하니까 보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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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의 돋보기] 망(亡)하니까 보이더라
  • 최승필 지방부국장
  • 승인 2022.06.06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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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주(北周, 557∼581)의 역사를 기록한 ‘주서(周書’로부터 유래한 ‘부위정경(扶危定傾)’이라는 말이 있다. ‘위기를 맞아 잘못됨을 바로 잡고, 나라를 바로 세운다’는 뜻이다.

주서의 ‘이기전(李基傳)’에 “태조가 위기를 맞아 나라를 안정시켜 그 위엄과 권위가 왕을 두렵게 했다”고 했다.

태조는 중국 남북조시대 서위(西魏)의 선비족 출신의 실권자 우문태(宇文泰)로, 534년 북위의 황제 효무제(孝武帝)가 실권을 쥐고 폭정을 일삼았던 대승상 고환(高歡)을 제거하려다 실패한 뒤 도주했을 때 효무제를 보호했다.

당시, 고환은 효정제(孝靜帝)를 옹립하고, 수도를 업()으로 옮겨 동위(東魏)를 세웠고, 우문태는 효무제를 제거하고, 효문제를 옹립해 서위를 세웠다고 한다.

우문태는 서위의 대재상으로 실권을 장악한 뒤 훗날 부병제(府兵制)의 근간이 된 24군제 창시와 함께 주례(周禮)에 바탕을 둔 관제를 확립했고, 신법전 제정 등 여러 제도의 기원이 된 정책을 추진하며 동위를 제압하고, 사천(泗川) 지방을 빼앗아 영토를 확장했다.

이 같은 배경에서 ‘부위정경’은 우문태가 위기 상황이 나라를 안정시켰다고 치하하는 말로 사용됐다고 한다.

특히, 이 사자성어는 청와대에 의해 지난 2010년 새해에 나라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부합한 신년 화두가 됐다.

더불어민주당은 6·1 지방선거에서 참패하며, 내분에 휩싸였다. 지난해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와 올 3·9 대선에 이어 이번 지방선거까지 3연패의 수렁에 빠지며, 이른바 ‘친문(親문재인)·친명(親이재명)’ 갈등이 본격화하고 있다.

민주당의 이 같은 3연패와 이로 인한 갈등 및 분열 조짐은 예견된 사태다. 지난해 보궐선거와 올 대선에서 연패하고도 왜 졌는지를 인식하지 못했다.

‘졌지만 잘 싸웠다’는 자신들만의 위로로, 패배 원인을 찾지 않은 채 성찰하지도 않았고, 말뿐인 반성만 이어갔다.

민주당은 특히, 패배할 때마다 당원과 국민들에게 “처절한 자기 성찰과 반성의 토대 위에서 뿌리부터 모든 것을 바꾸겠다”고 사과하며, 쇄신 등을 약속했지만 패배의 원인분석과 국민들과의 약속은 무시한 채 이번 지방선거를 ‘대선의 연장전’으로 준비했다.

지난 대선 이후 민주당이 써 내려간 내로남불과 온정주의, 부동산 실정 등에 대한 ‘반성문’은 잇따른 ‘권력형 성비위’와 ‘입법독주’ 등으로 퇴색됐다.

최강욱 의원의 이른바 ‘짤짤이’ 발언 논란과 은폐 압력 의혹, 김원이 의원의 보좌관 성폭행 2차 가해 의혹, 3선 박완주 의원의 성폭력 논란이 국민들로부터 공분을 샀다. 지난해 4·7 보궐선거의 주요 패인으로 지목된 ‘권력형 성비위’ 문제가 또다시 불거진 것이다.

민주당은 또 대선 직후 ‘검찰개혁을 매듭짓겠다’며,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관련법인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당론 채택하고 입법을 강행했고, 이 과정에서 민형배 의원을 탈당시키는 ‘꼼수’로 여야 조정 기구인 안건조정위원회를 무력화시켰다.

임시회 회기 쪼개기로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강제 종료시켰다.

이번 지방선거 막판에 박지현 상임선대위원장은 86용퇴론, 팬덤 정치와의 결별, 온정주의 타파 등 쇄신 목소리를 냈지만, 이마저도 당 지도부 간 갈등으로 비화했다.

무엇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이재명-송영길 두 후보의 ‘명분 없는 출마’가 ‘심판론’으로 작용, 패배의 가장 큰 원인이라는 지적과 함께 당내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김종민 의원은 “가장 큰 원인이 이재명 당선인과 송영길 전 대표 두 분이 (대선 패배 후) 한 달 만에 출마한 게 결정적”이라고 했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대선을 치르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지방선거를 치르다 또 패배했다”며, ”패자가 할 일은 패배를 인정하고, 패배의 원인을 분석해 받아들이며, 그 원인된 문제들을 제거하고, 새로운 단계로 발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민주당은 패배를 인정하는 대신에 ’졌지만 잘 싸웠다‘고 자찬했다. 그런 과정을 정략적으로 호도하고 왜곡했다”며 “책임지지 않고 남을 탓하며, 국민 일반의 상식을 행동으로 거부했다”고 비판했다.

전해철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대선 패배 후 당은 질서가 무너지고 갈피를 잡지 못하고 흔들리고 있다”며 “민주당 혁신에 앞서 냉철한 평가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

윤영찬 의원은 선거 과정에 대해 “꼼수와 꼼수의 릴레이였다. 선거를 앞두고 밀어붙인 검찰개혁, 송 대표의 난데없는 서울시장 출마, 종로 보궐선거 무공천 원칙을 스스로 깨버린 이재명 상임고문의 계양을 공천”이라며 “우리들의 침묵은 민주당의 사당화를 더욱 가속화 시켰다”고 비판했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민주당을 향해 “세계적 항공사 JAL(일본항공)이 방만한 경영으로 상장 폐지되고, 3년간 피나는 구조조정 후 다시 상장하며, 당시 회장이 ‘망(亡)하니까 보이더라’고 했다”며 “당생자사(黨生自死), 당이 살고 자기가 죽어야 국민이 감동한다”며 쓴소리를 했다.

민주당은 그동안 선거 패배 후 근본적인 원인분석과 개혁·쇄신 의지를 보이지 않은 채 일부 강경파 의원 및 당원 목소리에 침묵하며 사당화를 가속화 했다.

그런데 지금 민주당은 새 지도부 구성을 앞두고 당내 친문계와 친명계 갈등이 점입가경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강경파 의원들이 지방선거 참패 논란에 휩싸인 이재명 의원을 엄호하고 나선 것이다.

이처럼 친명계가 집단 반격에 나서면서 오는 8월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앞두고 내홍은 한층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망(亡)’해도 보이지 않는 듯하다.

[전국매일신문] 최승필 지방부국장
choi_sp@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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