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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의 돋보기] 혐오·불신 키우는 막말 정치 사라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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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의 돋보기] 혐오·불신 키우는 막말 정치 사라져야
  • 최승필 지방부국장
  • 승인 2022.05.15 16: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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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 지방부국장

왕이 신뢰하는 신하 두 명을 불러들인 뒤 한 명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것’을, 다른 한 명에게는 ‘가장 나쁜 것’을 찾아오라고 했다.

이에 두 신하는 세상을 돌아다니며 찾아 헤맨 끝에 일 년이 지난 후 그것을 찾게 됐고, 그것을 왕에게 바쳤다.

이들이 찾아온 ‘가장 좋은 것’과 ‘가장 나쁜 것’은 사람의 혀(舌)였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것은 ‘칭찬’을 말하는 혀요, 가장 나쁜 것은 ‘저주’를 말하는 사람의 혀라는 사실을 알아냈기 때문이다. ‘탈무드’에 나오는 우화다

또, 스페인의 격언 중 ‘화살은 심장을 관통하지만 매정한 말 한마디는 영혼을 관통한다’는 말이 있다.

당나라 말기에 태어난 ‘풍도(馮道)’의 설시(舌試)에 ‘입은 화의 문이요(口是禍之門), 혀는 몸을 베는 칼이다(舌是斬身刀). 입을 닫고 혀를 깊이 간직하면(閉口深藏舌) 몸 편안히 간 곳마다 튼튼하다(安身處處牢)’는 내용이 나온다.

‘말을 함부로 하면 화를 당하기 쉽다’는 말로, ‘태평어람(太平御覽)’ 인사편(人事篇)의 ‘병은 입으로부터 들어가고, 화는 입으로부터 나온다’는 ‘병종구입(病從口入 화종구출(禍從口出)’이라는 표현과 같다.

우리 속담에 ‘말 한마디에 천 냥 빚도 갚는다’는 말이 있다. 말을 잘하면 천 냥이나 되는 큰 빚을 갚을 수 있다는 말로, 말만 잘하면 어려운 일이나 불가능해 보이는 일도 해결할 수 있다는 의미다.

요즘, 말(言)을 함부로 하는 정치인들이 그 말로 인해 사과(謝過)를 거듭하고, 자신의 운명을 바꾸기도 한다.

동성애 및 위안부 피해자를 비하하는 듯한 SNS글 등으로 논란을 빚은 김성회 대통령실 종교다문화비서관이 13일 결국 자진 사퇴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실 비서관급이 낙마하는 첫 사례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가 창간한 자유일보 객원 논설위원 출신인 김 비서관은 앞서 자신의 페이스북에 ‘동성애는 정신병의 일종’이라는 글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보상 요구를 ‘화대’라고 표현한 글 등을 실은 바 있다.

이후 페이스북을 통해 밝힌 사과 입장에서도 “(조선시대에는) 결국 여성 인구의 절반이 언제든 주인인 양반들의 성적 쾌락의 대상이었다. 그런 부끄러운 역사를 반성하자는 것이 잘못된 것인가”라고 해 논란이 됐다.

그런데 그는 자진 사퇴 이후에도 “정치인들은 국민을 분열시키지만 언론인들은 국민의 생각을 왜곡시키고 저능아로 만든다. 그렇기에 대한민국 언론인들이 국가를 망치는 제1 주범이고, 정치인들은 제2 주범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면서 “대한민국 기자들은 난독증(글을 정확하고 유창하게 읽지 못하고, 절차를 정확하게 쓰기 힘들어하는 것을 특징으로 하는 학습장애의 한 유형으로, ‘읽기장애’라고도 함)인 것 같다”고 해 논란을 더욱 키웠다.

지난 11일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은 여가부 장관 후보자가 여가부 폐지에 찬성한다는 점을 비판하면서 ‘천안함 사건’을 언급했다.

김현숙 후보자가 “여가부가 20년 동안 있었지만 과연 세계 성 격차지수(GGI)가 좋아졌는가에 대한 의문이 있다”고 하자 양이원영 의원은 “국방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북한에 의해 천안함 피격이 되거나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개선해 보자고 있는 건데 문제가 생겼다고 그 부처를 폐지하냐”고 반문했다.

이어 “북한에서 천함함 피격됐다고 해군을 해체합니까”라며 재차 천안함을 언급한 것이다. 여가부 폐지와 관련, 천안함 사건에 비유한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민주당 최강욱 의원은 같은 당 법사위원과 보좌진들이 함께하는 온라인 화성회의에서 다른 남성 의원을 향해 성적인 행위를 의미하는 비속어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민주당 보좌진 협의회 등으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최 의원 측은 성적 행위가 아니라 그와 발음이 비슷한 ‘짤짤이’를 말한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또 다른 성희롱 발언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를 향한 비난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막말’은 ‘나오는 대로 함부로 하거나 속되게 말함’. 또는 ‘그렇게 하는 말’, ‘뒤에 여유를 두지 않고 잘라서 말함’이다.

‘삼사일언(三思一言)’이라는 말이 있다. ‘세 번 생각하고, 한번 말한다’는 뜻으로, 말을 할 때는 신중한 후에 해야 함을 이르는 말이다. 또, 삼사일행(三思一行)’이라는 말은 ‘한 번 행동하기 전에 세 번을 생각하라’는 뜻이다. 생각하지 않고 내뱉은 말과 행동은 반드시 후회가 따른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혀끝으로 내뱉는 말은 ‘아첨’이고, 마음에서 우러 나오는 말은 ‘칭찬’이라고 했다. 철학자 하이데거는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고 했다. 언어는 존재를 드러낼 수 있는 장소이기 때문에 인간 존재는 그 언어 안에서 거주한다는 의미라고 한다.

‘아름다운 소통’ 중 ‘말(言)’을 독점하면 ‘적’이 많아지고, 반대로 적게 말하고, 많이 들으면 내 편이 많아지며. 목소리의 ‘톤’이 높아질수록 ‘뜻’은 왜곡된다는 내용이 있다.

또, ‘귀’를 훔치지 말고, ‘가슴’을 흔드는 말을 하고, 내가 알고 있는 나만의 말보다 상대방과 ‘소통’할 수 있도록 말을 하며, 혀로만 말하지 말고, 눈과 표정으로 말하라고 한다.

‘혀’를 다스리는 것은 나지만 내가 뱉은 ‘말’은 나를 다스리며, 함부로 말하지 말고, 한번 말한 것은 책임을 지라고도 한다.

6·1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다. 말(言)을 함부로 내뱉는 것으로부터 시작되는 ‘혐오정치(嫌惡政治)’는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의 냉정한 ‘심판(審判)’이 필요하다.

[전국매일신문] 최승필 지방부국장
choi_sp@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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