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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장의 향기로운 詩] 자두나무는 다 괜찮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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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장의 향기로운 詩] 자두나무는 다 괜찮다고 말한다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3.08.02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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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이오장
[이미지투데이 제공]
[이미지투데이 제공]

자두나무는 다 괜찮다고 말한다
                            - 서정윤作

자두나무도 단풍이 있다
예쁘진 않아도 최선을 다한 순수함
겨우내 모은 생명의 힘 밀어 올려
붉고 실한 열매 매달아
'와와' 소리지르며 보내고 나면
팽개쳐 둔 그냥 나무였다

단풍나무가 새빨간 드레스로 한껏 뽐내는 오후
자두나무는 유행 지난 한복 깨끗이 다려 입고
친척 결혼식에 온 엄마였다
자두 열매 다 보내고 허리 무릎 아파도
참으며 티 안 내려고 "괜찮다 괜찮어" 만 말한다

나무들 색이 다 다른 것 보인다
내면의 아름다움 볼 수 있는 눈 이제 생겼는데
가을은 저만큼 지나가 버렸다

[이미지투데이 제공]
[이미지투데이 제공]

[시인 이오장 시평]
"홀로서기" 서정윤 시인의 이번 시집은 어머니에 대한 사모곡으로 읽어도 좋은 그런 시집이다. 

오얏나무는 열매가 자두색이어서 자두나무라 불리는데 이제부터는 어머니 나무라고 불러야 하겠다. 
민가 주위에 울타리로 많이 심었고 때마다 하얗게 꽃이 피고 많은 열매를 맺어 과일의 역할도 다했던 봄의 대표적인 과실수다, 얼마나 무성하게 가꿨던지 이씨 성으로 삼은 나무, 중국은 물론 우리나라의 곳곳에 봄꽃으로 피어나 감탄을 느끼게 한다. 

자주색은 어머니의 색이다. 
흰색 저고리와 무명치마를 입어도 얼마 지나지 않아 자주색으로 변하여 화려함을 잊어버리고 식구들을 위하여 헌신하는 어머니의 색, 큰 노력으로 열매를 맺어도 당신의 입에는 껍데기만 넣던 어머니, 단풍나무의 치장을 보면서도 빛바랜 옷에 너덜너덜한 앞치마를 걸치고 온갖 일에만 열중하였다. 

자식들이 무엇을 해도 "괜찮다 괜찮다" 손사래 치며 하는 일에만 매달렸던 그 정성은 무엇으로도 보답하지 못할 은혜다. 

그런 어머니가 친척의 결혼식장에 갈 때면 너무 초라한 모습에 자식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싫은 기색을 보였고 서둘러 자리를 피했다. 

얼마나 어리석은 짓이었던가. 
세월이 흘러 자식의 눈이 밝아지고 세상을 보는 눈이 환해졌는데 이제 그런 모습마저도 볼 수 없는 현실이 되었으니 시인의 가슴은 아리다. 

효의 방법이 다를 뿐으로 어머니는 자식의 가슴에 어떠한 형태로서도 새겨지기 때문이다. 

세월은 무심하다. 
그 세월 속에서 불효의 길은 걷지 말아야 하며, 효도를 다 하자는 시인의 말은 누구든 공감하게 한다.

[전국매일신문 詩] 시인 이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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