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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논단] 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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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논단] 깐부
  • 김연식 논설실장
  • 승인 2021.11.1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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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논설실장

정치인들에게 ‘깐부’가 있을까. 정치는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라고 한다. 필요에 따라 밀착과 배신이 일어나는 곳이다. 때문에 정치현장을 좋은 말로 표현하지 않고 ‘정치판’이라고 한다. 이런 정치판에서 깐부를 찾기란 쉽지 않다. 배신과 보복으로 얼룩지는 한국 현대사를 볼 때 선함과 진실로 정치를 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이미 우리사회는 정의 보다는 편법이 만연하고 평등보다는 특권층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자유와 평등을 추구하는 민주국가에서 좌파가 주장하는 평등은 무엇인가?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라고 주장하지만 그들 또한 권력을 잡으면 특권층으로 물들어 가고 있다. 평등이라는 가면을 쓰고 정의와 공정을 외치고 있지만 가면을 벗으면 그들 또한 축적된 재산과 각종 특혜 등 권력층에서 누리는 것을 그대로 누리고 있다. 일부는 특권 특혜도 모자라 시민 사회운동이라는 명분으로 각종 이권에 개입해 개인의 이익을 챙기는 파렴치한 일들도 일어나고 있다. 특혜와 특권을 내려놓겠다고 말은 하지만 그 말은 가면 속에 숨겨진 말 뿐이다.

오징어게임이 세계적으로 열풍을 몰고 왔다. 출연진들은 단숨에 국내를 넘어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덩달아 오징어게임에 등장하는 ‘깐부’라는 단어가 최근 정치권에서 급격히 회자되고 있다. 깐부는 단짝 짝꿍 등 친한 친구를 가리키는 말이다. 구슬이나 딱지치기 등을 할 때 ‘니꺼 내꺼’ 구분 없이 쓰는 친구관계로 매우 친밀함을 의미한다. 넷플릭스에서 방영한 오징어게임에서 구슬치기 장면에 등장하는 단어다. 그러나 ‘깐부’는 국립국어원에서조차 어원을 확인하지 못하는 단어이며 과거 아이들 사이에서 은어로 통했을 뿐이다. 친구 벗 동무 등의 개념보다 더 친밀한 말론 이익을 같이하고 손해를 같이 보는 관계는 흔치 않은 것이다. 아이들이 만들어서 게임을 하는 이 관계의 말이 최근 대통령후보에게까지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민주화 이후 우리나라 권력은 보통 10년 주기로 보수와 진보에서 각각 나눠 가졌다. 보수정권인 노태우-김영삼 이후 진보정권인 김대중-노무현, 다시 보수정권인 이명박-박근혜 등이 각각 10년씩 집권했다. 그리고 진보정권인 문재인 정부가 출범해 이제 5년을 맞이하고 있다. 특이한 점은 진보 보수정권이 바뀔 무렵 상대진영이 잘해서 정권이 바뀐 것이 아니라 대부분 현 정권이 추락해 상대진영에서 덕을 본 것이다. 김영삼 정권 말기 IMF(국제통화기금) 사태, 노무현 정권 말기 한자리 수로 추락한 레임덕 여론, 박근혜 정권의 탄핵 등 말 그대로 진보 보수 할 것 없이 정권의 대국민 지율이 급락해 권력이 교체된 것이다.

하지만 이번 대선은 좀 특이한 상황이다. 진보진영이 집권한 지 5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정권교체에 대한 국민 여론조사가 50%를 넘고 있다. 대선 결과는 지켜봐야 할 일이지만 5년 만에 정권이 교체된다면 새로운 역사가 되는 것이다. 미국도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보수진영의 공화당과 진보진영의 민주당이 8년을 주기로 권력을 나눠 가지고 있다. 미국은 우리나라와 달리 중임제가 가능한 나라이다. 하지만 단임으로 끝나는 대통령은 불행 보다는 통치스타일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의 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차기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조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율에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원인은 바이든의 통치스타일과 고령인 점도 고려됐겠지만 미국인들은 트럼프의 복귀를 더 희망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선거에서 깐부가 많으면 좋겠지만 당선 후 큰 빚을 지는 게 틀림없다. 대통령선거는 물론 국회의원 지방선거 등 대부분의 선거에는 열렬한 지지자와 후보자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사람들이 있다. 상당수는 순수한 마음에서 시작되지만 권력을 잡으면 뭔가를 바라고 참여하는 사람도 많다. 때문에 권력이 교체되면 장차관은 물론이고 공기업사장과 간부 등이 줄줄이 바뀌어 새로운 권력층의 사람들로 채워진다. 그들은 또 다른 특권이 되고 특혜를 받는 그룹이 될 것이다. ‘깐부’의 의미가 ‘내편 네편’ 없이 모든 것을 공유하고 소통하는 의미지만 특권과 특혜마저 나눠 가지라는 것은 아니다. 선거에 참여했다고 논공행상을 일삼는 과거의 정권은 결국 임기 말 국민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말았다.

국민들은 일 잘하는 정권에 대해서는 매우 관대하다. 하지만 잘못된 정책과 정의롭지 못한 정책은 날카로운 비판은 물론이고 차가울 만큼 등을 돌린다. 최고 통치자는 5년의 임기로 모든 것을 채우고 내려갈 수 있지만 주변 사람들은 또 다시 시련을 겪어야 하는 것이 한국정치의 현실이다. 지금 대통령 후보들은 측근을 찾는 일보다 각 분야에서 전문적인 식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일꾼을 찾아야 한다. 그들이 국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 할 수 있는 정책을 개발하고 후보자는 이를 어떻게 실천하겠다는 것을 증명하는 게 중요하다. 더 이상 우리나라의 통치자가 ‘내편 네편'의 논쟁에 휘말려 분열되는 일이 없도록 대선 후보는 진정한 ‘깐부’를 찾기 바란다.

[전국매일신문] 김연식 논설실장
ys_kim@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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