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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논단] 서울시 ‘뇌피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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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논단] 서울시 ‘뇌피셜’
  • 김연식 논설실장
  • 승인 2021.10.1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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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논설실장

서울과 평양에서 함께 열리는 올림픽은 가능할까? 우리나라에서 추진하고 있는 2032년 올림픽이다. 올림픽 역사상 2개의 도시에서 개최된 경우는 아직 없다. 올림픽은 도시에서 개최되기 때문에 앞에 도시의 이름이 붙는다. 서울올림픽 런던올림픽 LA올림픽 베이징올림픽 등 도시가 메인이다. 그러나 월드컵 축구는 나라이름이 중심이다. 한일월드컵을 비롯해 브라질월드컵 남아공월드컵 프랑스월드컵 등이다. 월드컵은 한국과 일본 등 공동개최의 경험이 있지만 올림픽은 아직 없는 상태다. 올림픽과 월드컵은 4년마다 한 번씩 열린다. 그러나 올림픽과 월드컵이 개최연도를 각각 다르게 하기 때문에 전 세계 인구는 2년마다 지구촌 축제를 즐길 수 있다. 내년 월드컵축구는 카타르에서 열릴 예정이어서 현재 지구촌에서는 대륙별로 예선경기가 한창이다.

우리나라는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30년이 지나면서 서울과 부산 등에서 올림픽 개최를 다시 희망하고 있다. 그중 서울시는 전임시장 재직시절 2032년 올림픽을 서울과 평양에서 동시에 개최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남북평화와 갈등을 청산하고 스포츠를 통해 화합과 번영을 도모하겠다는 취지이다. IOC(국제올림픽위원회)와 국제사회에서는 이러한 명분에 공감을 하지만 개최여부는 불투명하다. 아직 두 개의 도시에서 개최된 경험이 없고 우리나라와 북한이 협의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희망사항일 뿐이다. 자칫하면 우리나라 혼자만의 생각으로 국제사회에 망신을 살 수도 있다.

또한 남북공동개최(안)으로 부산 등 다른 도시의 개최기회마저 박탈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신중해야 한다. 때문에 2032년 올림픽 개최를 두고 정치권에서도 논의가 될 정도로 관심사로 부상했다. 국회 배현진의원은 2032년 서울평양올림픽은 평양공동선언문 4조2항 공동개최에 협력하기로 한다는 것을 근거로 하지만 실체는 모호하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국가와 국민의 명운을 볼모로 삼아서 국제사회의 명백한 규율을 어기고 제재위반의 위험성을 떠안고 추진하는 것은 ‘평화 쇼’라고 주장했다.

제재위험성은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부분이다. 미국과 유엔은 북한의 핵개발과 관련해 금융거래는 물론 수출 수입 등에 상당한 제재를 가하고 있다. 북한에 반드시 필요한 의약품과 일부 공산품을 제외한 석유 석탄 무기 등의 거래를 중단하고 있으며 국제사회의 지원도 전면 금지하고 있다. 때문에 역대정권보다 친북성향의 문재인 정부도 북한에 별다른 지원을 하지 못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같은 현실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는 IOC에 보낸 제안서를 통해 북한에 SOC(사회간접시설) 지원을 포함시켰다. 물론 평양에 경기장 건설도 가능한 일이다. 서울시는 전임시장 재직시절 2032년 올림픽 개최를 준비하면서 직접비용 5조7,000억 원과 간접비용 28조8,000억 원을 추정했다.

중요한 것은 간접비용 가운데 22조6,000억 원이 북한에 투입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북한지역에 고속도로 지방도로 고속철도 송전선로 5G통신망 등 북한에 들어가는 비용이다. 이 같은 비용은 제천~삼척 간 고속도로 5개를 건설할 수 있는 돈이다. 이 지역 주민들은 벌써 몇 십 년 전부터 고속도로 건설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건설 기본계획조차 발표하지 않고 있다. 한반도 평화유지를 위한 정부의 노력은 상당히 중요하다. 그러나 평화유지를 위해 우리정부가 수십조 원이나 되는 돈을 북한의 기간산업에 투자한다는 것은 매우 잘못된 생각이다.

우리나라의 통일연구원도 SOC 투자비용의 북한지원은 유엔안보리 제재 금지사항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평화를 위한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현재 유엔의 제재가 진행 중에 있고 북한과 협의도 없이 우리나라 혼자만의 생각으로 올림픽을 공동 개최한다는 계획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 돈으로 소외된 지역의 교통인프라 확충을 먼저 해야겠다는 생각은 왜 못하는 것일까? 평화를 그런 방법으로 하는 것은 옳지 않다. 남북한 문화교류와 인적교류를 통해 정신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통일의 필요성과 한민족이라는 동질성을 회복해야 평화가 찾아오는 것이지 북한에 돈을 지원하고 고속도로를 건설해 준다고 평화가 오는 것은 아니다.

올림픽의 공동개최를 통해 대통령과 서울시장은 노벨평화상 후보에 오를 수 있겠지만 우리나라의 변방 소외된 지역주민들의 눈물은 그치지 않을 것이다. 최근 인터넷에서는 뇌피셜이라는 말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객관적인 근거가 없이 자신의 생각과 추측 주장을 이르는 말이다. 뇌피셜은 오피셜(official)이라는 영어단어에서 유래됐으며 뇌(brain)와 오피셜이 합쳐진 단어이다. 2032년 서울평양올림픽이 북한 당국과 협의도 없이 서울시 혼자만의 생각으로 정리된다면 말 그대로 서울시의 ‘뇌피셜’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현재 처한 국제사회의 상황과 미래를 내다보고 서울평양올림픽 개최여부를 전면 재검토하기 바란다.

[전국매일신문] 김연식 논설실장
ys_kim@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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