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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논단] 서민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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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논단] 서민정치
  • 김연식 논설실장
  • 승인 2021.12.0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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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논설실장

현대사회는 다원주의 시대라고 한다. 특정 세력과 이념 종교 등이 사회의 절대 권력으로 자리 잡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계층과 계급들이 하나의 구성원들로 존재한다. 민주주의가 발전되고 인간의 삶이 향상될수록 사람들이 추구하는 욕구가 그만큼 다양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세대에서는 경험하지 못했던 직업과 생각 등이 현실에서는 보편화 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정치에서도 반영돼 수 십 년 동안 정치를 해오던 사람들이 대선후보 경쟁에서 밀리고 정치에 입문한 지 불과 5개월여 된 사람이 제1야당의 대통령 후보가 됐다.

또한 국회의원을 한 번도 해보지 않고 기초 광역단체장을 지낸 사람이 집권당의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과거 다선 국회의원 출신이 대통령 후보로 결정되던 시절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상황이다. 당권도 대선후보 중심으로 바뀌어 5개월 된 정치 초년생이 70년 역사의 보수정당 당권을 장악하고, 국회의원 0선인 사람이 70년 된 진보성향 정당의 당권을 장악하는 시대가 됐다. 정권을 잡기 위한 정당의 특성상 당연한 것이기는 하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두 후보자의 겸손이다. 정치는 권력을 가진 자 옆에 늘 기생하는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다. 그들의 아부와 당권에 취해 중심을 잃는다면 대권은 물론 몇 개월짜리 불나방에 불과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1945년 해방이후 치열한 이념논쟁을 벌였다. 결국 국토가 반으로 갈라져 아직까지 봉합되지 않고 있는 부끄러운 역사를 가지고 있다. 남북 간 갈등도 모자라 최근에는 남남갈등이 극에 달한다. 모두가 이념논쟁에서 비롯된 것이다. 정치 지도자들은 이러한 갈등을 치유할 생각보다 이를 이용해 권력을 잡으려는 욕심이 더 강했다. 지역갈등도 심각한 사회문제로 등장했다. 30여 년간의 군사정권이 막을 내리고 실시된 대통령선거에서는 지역감정과 더불어 진보 보수의 골이 점점 더 확연하게 나눠지고 있다.

보수정권이 권력을 잡으면 진보정권을 보복하고, 진보정권이 정권을 잡으면 보수정권을 보복하는 사례가 매번 반복되고 있다. 보수정권에서 대통령을 지낸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이 감옥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도 정권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고 정권이 교체되면 또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게 우리나라의 정치판이다. 이제는 이러한 악의 고리가 중단돼 통합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 문 대통령은 연말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을 사면하고 더 이상 선거결과에 따라 전직 대통령이 감옥에 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선민정치는 특정 민족이 신적 존재에 의해 선택되고 구원된다는 종교사상에 의해 통치하는 행위이다. 일종의 선민의식으로 특정민족과 특정단체 이외에는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넓은 의미에서는 다른 집단이나 민족에 비해 자신의 우월성을 주장하는 세속적인 사상이나 신념이라고 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자기 정체성을 형성하고 보존한다는 면에서 보편적인 사상이라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지나치게 신성화함으로써 이격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 사회에서도 특정 집단이나 계층이 다른 집단을 적으로 인식해 기득권에서 배제하는 등의 탄압을 하고 있다. 자신들만이 절대적인 진리를 가지고 있다는 종교 근본주의적인 형태가 특종인종의 우월주의와 맹목적인 애국주의, 특정집단이나 계층의 엘리트주의 등으로 변질되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들이 대통령 중심제인 우리나라에서도 간혹 벌어지고 있다. 대통령 권한이 지나치게 집중되면서 대통령의 말이 법보다 먼저 통하는 경우가 많다. 겉으로는 법치국가라고 하지만 대통령의 말이 통치행위로 인식돼 정책의 쏠림현상이나 변경 폐지 등이 논의과정 없이 순식간에 벌어지기도 한다.

특히 정책을 구성하고 집행하는 보좌진의 경우 일정한 자격요건과 능력 보다는 내 편에 있다는 이유로 요직에 기용되는 현상이 매번 벌어지고 있다. 정권이 바뀌면 또 다른 사람들로 채워지는 일이 반복되다보니 업무의 연속성은 물론 정책의 일관성도 실종돼 실무자들이 혼선을 빚을 때도 많다. 특히 권력 주변에서 자생하는 이들은 자리를 독점하는 것도 모자라 오만과 편견 등을 일삼고 자신의 욕구를 채우는 신흥 기득권 세력이 됐다.

여야가 이제 선거대책위 구성을 마무리했다. 물론 선거일까지 인력을 계속 보충해 나가겠지만, 인선된 참모들은 후보의 주변에 있다고 우월감을 가지거나 차기 정부의 요직으로 갈 것이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앞으로 권력의 주변에는 능력과 전문성 있는 사람들로 채워져야 한다. 아무런 경험 없이 선거 때 옆에 있었다는 이유로 통치행위자의 구성원이 된다면 과거와 다를 바가 전혀 없다. 보다 전문성을 가지고 내편만이 아니라 다른 편에 있는 선량한 국민들을 아우를 수 있는 통합의 새 정치를 기대해 본다.

[전국매일신문] 김연식 논설실장
ys_kim@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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