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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아인슈타인과 특허명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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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아인슈타인과 특허명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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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9.05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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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성 특허법박사/ 변리사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특허청 심사관이였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실업자로 지내다가 친구 아버지의 추천으로 1902년에 스위스 베른의 특허심사관으로 취직을 하였다. 시계에 관한 특허출원 건을 많이 다루었던 아인슈타인은 1905년경  브라운 운동, 광양자 가설, 특수 상대성 이론, 고체를 이루는 분자의 운동과 에너지, 질량-에너지 등가원리 등 5편의 논문을 발표하였다. 이중 광양자 가설로 노벨상을 수상했다.

아인슈타인은 누구보다 특허 심사를 즐겼고 수많은 첨단 기계들에 매혹되었으며 그로부터 실질적인 영감을 받았다. 특수 상대성 이론을 정립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아인슈타인이 당시 심사관으로서 시계들의 동기화를 하는 기계에 대한 특허출원 명세서를 많이 접했기 때문이다. 지금의 아인슈타인의 업적은 당시 특허청에서 특허명세서를 심사하였던 경험이 큰 영향을 끼쳤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 시절이나 지금이나 특허청 심사관은 매년 200~300여건의 출원된 특허명세서를 검토하면서 신규성 및 진보성 여부 등 특허요건에 충족되는지 여부, 특허등록이  가능한 건지 아닌지 판정하고 등록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이러한 특허심사관의 직무를 수행하였다.

아인슈타인이 보았던 특허명세서는 기술개발의 성과인 발명을 문장을 통하여 표현한 것이다. 그러므로 연구의 성과로서의 발명내용을 정확하고 명료하게 구체적으로 표현된 것이다. 이는 공중에 대해서는 기술문헌으로서의 사명을, 발명자에 대해서는 특허권리로서 기술적 범위를 명백히 한다는 사명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특허명세서에 기재될 발명의 상세한 설명에는 그 출원에 관한 발명이 속하는 기술분야에서 보통 정도의 기술적 이해력을 가진 자, 즉 평균적 기술자가 당해 발명을 명세서 기재에 기하여 출원시의 기술수준으로 보아 특수한 지식을 부가하지 않고서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고 동시에 재현할 수 있는 정도로 그 발명의 목적, 구성 및 효과를 상세히 기재하여야 한다. 

발명의 목적은 당해 발명이 해결하려고 하는 문제점과 산업상의 이용분야 등을 종래의 공지기술과 관련하여 기재하여야 한다. 발명이 속한 기술 분야, 종래기술, 발명이 해결하려고 하는 과제로 구성하여야 한다. 즉, 왜 발명하게 되었는가, 어느 산업 어느 물품 등에 소용되는 발명인가, 그러한 발명은 종전에 없었는가, 그러한 발명과 유사한 발명과 기술은 무엇인가 등에 관한 답변들이 주가 된다.

발명의 구성은 발명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 작용, 실시 예를 분석하여 기재하여야 한다. 이 사항이 특허권을 얻기 위해 작성되는 특허명세서의 가장 핵심적인 것으로써 그 구성이란 어떻게, HOW를 의미하여 발명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기재해야 한다. 예를 들어 영양밥 제조방법에 관한 발명의 경우에 원료 준비(종류)–원료 전처리(세미, 침지)–원료 혼합(비율)–제조기에 충전–취반수 충전-가열(정도, 시간)-증숙–완성 등 시간의 흐름에 따른 각각의 활동,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과 방법의 일체를 뜻한다.

발명의 효과는 그 발명에 의해 생길 특유의 기술적 효과를 가능한 한 구체적으로 기재한다. 발명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어떻게(발명의 구성) 하여본 결과 여타 기술과 다른 효과를 가져온다는 효과의 현저성을 기술하여야 한다.

이처럼 특허명세서에는 현재의 문제점이 무엇이고, 이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절차 수단 방법에 관한 내용으로서 어떻게에 관한 것이며 그 결과로서 현저한 효과가 기재되어 있다. 문제점만을 나열한다든지 작용 효과만 나열하여서는 안된다. 반드시 일머리라고 할 수 있는 어떻게, How에 관한 내용으로서 절차·수단·방법에 관한 구성이 기재되어야 한다.

명세서에 How가 없거나 부실하게 기재된 것은 특허권이 허여될 수 없다. 이러한 특허명세서의 특징을 아인슈타인은 이해하여 활용하였던 것이다. 흔히 사용되고 있는 ‘노하우, knowhow’는 뜻 그대로 ‘방법을 알다’이다. ‘일을 위한 지식·요령·비결’ 등을 의미한다. 이러한 How가 특허명세서에 내재되어 있다. 특허명세서는 어떻게를 요지로 하는 기술서인 것이다.

이러한 과학기술에 적용된 특허명세서의 How는 인문학에도 넉넉히 적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교통사고를 낸 친구에게 “왜 사고를 냈냐?”라고 묻는 친구가 있고, “어떻게 하지?” 라고 말하는 친구가 있다. “왜 사고를 냈냐?”라고 질문한다는 것은 잘 잘못을 탓하고자 하는 단어이다. 그러나 “어떻게 하지?”는 잘 잘못을 떠나 먼저 해결방안이 무엇인가를 강구하는 언어이다. 여러분은 어떤 단어를 많이 쓰고 싶은가.

“왜, Why”라는 단어는 과거의 일에 대한 원인 분석적 용어다. 과거지향형 용어, 나를 정당화하고 남을 탓하는 용어이다. 필시 “...때문이다”라는 문장을 부른다. 과거의 잘 잘못을 구분하기 위하여 사용하는 단어인 것이다. 주로 누구를 탓하거나 공박할 때 주로 사용한다. 경쟁자, 상급자 지시자, 수직적 인간관계에서 많이 발생한다.

그러나 “어떻게, How”는 현재와 미래의 단어이다. 현실에 나타난 문제를 확인하고 그것을 어떤 수단과 방법으로 극복하고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현재 또는 미래의 해결책을 수반한 단어이다. 친한 친구, 서로를 배려하는 관계, 문제 해결적 관계, 동질적 이해관계, 수평적 관계에 있는 사람들에서 많이 사용한다. 특허명세서 근저에는 이러한 “How”가 깔려 있다.

내 자신에 대하여서도 “어떻게 하지” 하는 의식을 많이 갖고 “왜 그랬을까”라는 탄식을 줄여야 한다. 가족간에도, 직장 동료간에도, 이웃간에도, 생활 전반에 걸쳐서 특허명세서의 구조처럼 “어떻게 하지?”, “HOW”를 많이 사용하여 미래 지향적 발명가의 삶이 가득하길 소망한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이재성 특허법박사/ 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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